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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지을 기회를 스스로 날린 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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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원사
댓글 0건 조회 218회 작성일 24-10-1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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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 지을 기회를 스스로 날린 조카 


복이 많으면 뭘 해도 일이 잘 풀리지만, 복이 없으면 뭘 해도 일이 잘 풀리지 않습니다. 또한 박복한 자는 어렵사리 생긴 복 지을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리는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지요. 조선시대 최고의 도인으로 손꼽히는 진묵 스님의 일화 중에 이러한 이치를 잘 보여 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진묵 스님에게는 누이동생의 외동아들, 즉 조카가 한 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조카가 너무너무 가난하게 살았어요. 가난한 조카를 항상 마음에걸려 하던 진묵 스님은 칠석날 아침 일찍 조카를 찾아가서 말했습니다.

  "내가 너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 주려고 한다. 오늘이 칠석이니 너는 지금 당장 네가 가진 모든 것을 다 털어서라도 정성스럽게 음식을 장만하도록 해라. 그 뒤 음식을 가지고 자정까지 마당에 상 일곱 개를 차려 놓도록 해라. 내가 오늘 밤에 칠성님 일곱 분을 이곳으로 모셔 올 터이니, 칠성님들께서 네가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잘 드시면 앞으로 너는 잘살게 될 것이다."

  조카는 진묵 스님이 말한 대로 푸짐하게 음식을 만들어 상 일곱 개를 마당에 차렸습니다. 과연 자정이 되자 진묵 스님이 노인 일곱 명을 데리고 왔습니다. 진묵 스님은 노인들에게 말했지요.

  "여기 제 조카가 칠성님을 위해 상을 차렸습니다. 변변치 않더라도 맛있게 드셔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데 조카와 조카의 부인이 보니 그 노인들은 칠성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못생기고 더럽고 초라하더랍니다. 조카와 그 부인은 기분이 나빠졌어요. 없는 살림을 다 처분해서 음식상을 준비했지만 아무래도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카와 조카 부인은 분을 참지 못해 부엌에 들어가서 일부러 큰 소리를 내면서 설거지를 했습니다. 

  미당에서 밥을 먹으려고 하던 칠성님들도 부엌에서 들려오는 그릇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칠성님들은 못 올 데를 온 것 아닌가 싶어 마음이 불편했지요. 점점 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 칠성님들은 서로 눈치만 봤습니다. 결국 칠성님 중 한 분이 음식에 손도 대지 않고 일어나더니 그대로 휙 가 버렸습니다. 한 칠성님이 그렇게 나가 버리자 다른 칠성님들 역시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 차례차례 일어나서 가 버렸습니다. 

  진묵 스님은 이 뜻밖의 상황에 무척 당황했습니다. 마지막 일곱번째 칠성님도 일어나서 가려고 하자 진묵 스님이 칠성님의 옷자락을 붙잡고 사정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칠성님. 제 조카가 어리석어서 그렇습니다. 그래도 차린 정성을 생각하셔서 제발 한 숟가락이라도 좀 드셔 주십시오."

  일곱 번째 칠성님은 진묵 대사의 얼굴을봐서 밥 한 숟가락, 국 한 숟가락, 반찬 한 젓가락을 먹었습니다. 그러고는 가 버렸지요.

  칠성님이 다 떠나신 후 화가 난 진묵 스님은 조카에게 호통을 쳤습니다.

  "에라, 이 어리석은 놈아! 박복한 중생은 오는 복도 차 버린다더니 네 놈이 딱 그렇구나! 내가 너에게 복을 주려고 얼마나 어렵게 칠성님들을 모셔 왔는지 아느냐? 난 이제 모르겠다. 이것도 다 네 업보이니이제는 네가 알아서 하도록 해라!"

  진묵 스님은 집 대문으로 씩씩거리며 걸어갔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 생각난 것처럼 걸음을 멈추고 조카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칠성님께서 밥 한 숟가락, 국 한 숟가락, 반찬 한 젓가락을 드셨으니 앞으로 3년은 잘살 수 있을 것이다."

  진묵 스님은 이 말을 남기고 조카의 집을 떠났습니다. 과연 조카의 집은 그날 이후로 여러 가지 일이 술술 잘 풀리면서 큰 부자가 되었어요. 하지만 진묵 스님이 이야기했던 3년을 채우던 바로 그날, 집에 큰불이 나면서 모든 재산을 잃고 다시 가난해졌다고 합니다.

  만약 칠성님 일곱 분이 모두 식사를 잘 하셨더라면 조카는 현생뿐만 아니라 내생까지도 복을 이어받았을 것입니다.하지만 워낙 복이 없다 보니 삼촌인 진묵 스님이 억지로 마련한 기회마저 스스로 날려 버린 것이지요.

  복이든 화든 결국 내가 지은 업대로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남이 받을 복을 내가 대신 받을 수도 없고, 내가 받을 화를 남에게 떠넘길 수도 없습니다. 오직 내가 지은 것을 고스란히 내가 다 받게 될 뿐입니다.


               ㅡ   기도 가피 이야기 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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