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나무 안에서 관세음보살을 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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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구나무 안에서 관세음보살을 염하다
기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신심(信心)'입니다. 신심이 없는 기도는 빈 껍데기나 다름없습니다. 여기 그 지극한 신심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한 스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합천 해인사에 계셨던 보해 스님은 어린 나이에 출가해 해인사 백련암에 계시던 노스님을 시봉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15살 되었을 때 심한 위궤양에 걸렸다고 하세요. 소화가 잘되지 않으니 음식을 잘 못 먹고, 음식을 잘 못 먹으니 몸이 항상 처져서 누워 지내는 날아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수행은 물론, 절집 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노스님이 보해 스님을 불러서 말씀하셨습니다.
"바깥사람들은 먹는 것을 양식으로 삼지만, 우리 출가 수행자들은 신심을 양식으로 삼는다."
'신심' 이란 곧 '믿는 마음', '신앙심'을 뜻하지요. 노스님 말씀은 도를 닦는 출가 수행자가 몸이 아픈 건 신심이 없기 때문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신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수행도, 절집 생활도 잘할 수 없을 테니 절에 있을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보해 스님은 노스님 말씀이 절에서 나가라는 뜻임을 알아채고 백련암을 나섰다고 합니다. 스님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하면서 터벅터벅 산길을 내려왔다고 해요.
그 당시 백련암 밑으로 조금 내려오면 가운데가 푹 꺼진 동구나무가 하나 있었다고 합니다. 스님은 그 동구나무 안에 들어가 가마니로 몸을 덮고 밤을 보냈다고 해요.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었으니까요. 동구나무 안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스님은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노스님께서 나를 미워해서 하신 말씀은 아닐 거야. 내 몸이 아픈것은 분명 내 신심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거야.'
참 순수해요, 그렇지요? 그러면서 또 생각했습니다.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으면 관세음보살을 열심히 부르라고 스님께서 말씀하셨어. 그래, 내가 관세음보살을 열심히 부르면 이 병도 나을 수 있을 거야.'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까 신심이 솟구쳤습니다. 보해 스님은 동구나무 안에서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염하기 시작했습니다. 배가 고프면 백련암에 올라가서 몰래 음식을 훔쳐 먹고는 다시 동구나무로 돌아와서 지극한 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을 계속 불렀대요.
그렇게 일주일 정도 지내다가 스님은 깜빡 잠이 들어 꿈을 꿨다고 합니다. 스님의 눈앞에 처음 보는 사찰이 펼쳐지더랍니다.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에 소나무도 굉장히 많고, 시원한 계곡물도 콸콸 흐르는 곳이었답니다.
스님은 꿈속에서 그 절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께 삼배를 올렸다고 합니다. 그때 갑자기 흰 가운을 입은 의사 여럿이 우르르 나오더니 "여기까지 왔으니 수술을 받자." 이러면서 스님 배를 갈라 위와 창자를 다 꺼내더랍니다. 그러고는 대야에 깨끗한 계곡물을 담아서 그것들을 빡빡 씻더래요. 그 정신없는 사이에 스님이 자기 위와 창자를 씻은 대야를 흘끔 보니 더러워진 물에 모래와 유리 조각 같은 것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합니다.
의사들은 스님의 위와 창자를 다 씻고 나서 다시 스님의 뱃속에 그것들을 집어넣었습니다. 그때 스님은 계곡물에 씻긴 위와 창자의 차가운 느낌을 그대로 느꼈다고 하죠. 그 뒤 한 의사가 스님의 배를 꼼꼼하게 꿰매 주었대요.
"자, 이제 다 됐다. 일어나거라."
그러고는 꿈에서 깨어났다고 합니다.
꿈이 너무 생생해서 덜덜 떨릴 정도였던 스님은 자기 배를 만져보았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배가 전혀 아프지 않더래요. 전에는 손만 갖다 대도 찌릿찌릿 아팠는데 말이지요. 그제야 스님은 깨달았다고 합니다.
'아, 내가 관세음보살 기도를 열심히 해서 그분이 나를 치료해 주신 거구나. 나에게도 이제 신심이 생긴 거구나.'
보해 스님은 동구나무를 나와 다시 백련암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노스님께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말씀드렸습니다. 노스님은 아주 기뻐하셨대요.
"그래, 네가 이제 신심이 생긴 거 같구나. 이제 앞으로 수행 잘하겠습니다."
보해 스님은 그 후 10여 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수행했습니다. 그뒤 만행을 하다가 영천 은해사를 찾게 되었다고 해요.
스님은 은해사에 당도하자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고 합니다. 은해사는 처음이었는데, 그 풍경이 모두 익숙했던 거지요. 그리고 법당에 올라가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는데, 그때 자기가 이곳에 언제 왔었는지 기억이 나더랍니다. 그게 언제였을까요? 네, 어릴 적 동구나무 안에서 관세음보살을 애타게 염하다가 꾸었던 꿈속에서 왔던 거예요. 그리고 부처님께 인사 올린 이 법당은 꿈속에서 의사들이 수술해 주었던 바로 그 법당이란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 후 스님은 은해사로 승적을 바꿨다고 합니다. 전생에 분명 은해사와 큰 인연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보해 스님께서는 살아생전 당신이 겪은 이 경험담을 평소 스님들께 많이 이야기하셨다고 합니다.
이처럼 기도를 함에 있어 신심은 매우 중요합니다. 나아가 불자로서 신심을 가지고 살아갈 때 매일 조금씩이라도 기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마십시오. 그래서 위급한 일이 생기거나 불행한 일이 생길 때에만 기도해야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니라, 매일 밥 먹고, 호흡하듯 기도해야 한다는 점을 잘 이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염불하고, 기도한다는 것을 결코 허공으로 사라지는 헛된 것이 아닙니다.
ㅡ 기도가피 이야기 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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